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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44조' 중고 명품시장 파워…럭셔리 업계가 탐내는 강력한 무기 [더 하이엔드]
  • 작성자 코리아 NFC (ip:)
  • 작성일 2022-08-24 15: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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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리셀(재판매) 회사와는 협업하고 싶지 않아요. 별로 세련돼 보이지 않거든요."

글로벌 최대 규모 럭셔리 리셀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이하 베스티에르)를 만든 공동 창립자 패니 모아존트가 2017년 홍콩의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를 만났을 때 들었던 말이다. 시간은 흘렀고, 흐름은 뒤바뀌었다. 배척당하기 일쑤였던 럭셔리 리셀 플랫폼은 현재 홍콩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 터를 잡았다. 지난달 27일 베스티에르는 한국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팬데믹으로 럭셔리 업계를 포함한 전 세계 소매 시장이 고꾸라질 때 중고 명품 거래 시장만 나 홀로 세를 키웠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고 명품 거래 규모는 330억 유로(44조원)를 기록했다. 여기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5% 남짓에 지나지 않지만, 관련 업계는 중고 명품 시장에 있어 아시아의 성장세를 높게 평가한다. 베스티에르의 경우만 놓고 봐도 지난해 아시아 시장에서 주문량은 121%나 증가했다. 남이 쓰던 물건을 꺼리던 아시아권 문화의 관념은 옛말이 됐고, 리셀이 아시아 럭셔리 패션 시장을 재편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 셈이다.


한국을 포함한 중국, 일본 등은 그동안 명품 소비량이 높은 국가 톱 10에 늘 이름을 올리는 곳이었다. 바꿔 말하면 해당 국가 소비자들의 옷장 속에 적어도 한두 가지 럭셔리 제품이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심각한 경기 후퇴가 이어지면서 옷 장 속 명품이 중고 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그간 중고 시장을 간과했던 럭셔리 브랜드 스스로가 '진짜 럭셔리의 가치'를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고가의 멋지고 예쁜 제품에서 나아가 명품의 똑똑한 재사용, 선순환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환경 문제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깐깐한 잣대를 드리우기 시작하면서 하이엔드를 논하는 요건에 '순환경제 기여'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순환경제 DNA 품은 럭셔리 산업 

멀버리는 직접 리셀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순환경제 커뮤니티 구축에 힘쓰고 있는 대표 럭셔리 브랜드이다. 멀버리는 지난 2020년부터 '멀버리 익스체인지(Mulberry Exchange)'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고객이 기존 가방을 반납하고 다른 가방으로 교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고객한테 받은 그 낡거나 유행이 지난 상품은 장인의 손길을 통해 새 형태로 다시 태어나고, 새 주인을 또 만나게 된다. 지난해 '지속 가능한 럭셔리'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며 선언한 '메이드 투 라스트(Made to Last)' 정신이 가장 잘 응축된 프로그램이다. 한국에 아직 플래그십 스토어(주력 매장)가 없는 멀버리코리아는 입점 돼 있는 백화점 3사와의 조율을 끝마치는 대로 올해 하반기께 멀버리 익스체인지를 한국에 순차적으로 도입해 나갈 예정이다.



명품 브랜드-중고 플랫폼의 이유 있는 동맹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럭셔리 브랜드의 나 홀로 행보뿐 아니라, 중고 거래 플랫폼과의 '이유 있는' 동맹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 2020년 케링 그룹의 대표 브랜드 구찌는 미국 온라인 중고 명품 거래 업체 더리얼리얼과 파트너십을 맺고 백화점이나 아웃렛에서 판매되지 않은 재고나 시즌이 지난 상품을 공급해 판매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2019년에는 버버리가 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 상품을 해당 플랫폼에 판매하기도 했다.


알렉산더 맥퀸도 또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 베스티에르와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브랜드가 직접 자사 고객들에게 되팔고자 하는 제품이 있는지 확인한 후 제품을 직접 감정하고, 적격 판정이 나면 이를 사들인다. 베스티에르는 맥퀸으로부터 이 중고 상품들을 전달받아 관심 있는 구매 희망자에게 판매한다. 베스티에르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브랜드 승인(brand approved)'이라 표시된 것이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더리얼리얼, 베스티에르는 사용자끼리 거래하는 일반 중고 거래 플랫폼과 다른 강점이 있다. 해당 브랜드와 직접 협업하거나 자체 정품 인증 프로세스가 구축돼 있어 소비자 신뢰도가 높다는 점이다. 럭셔리 브랜드 입장에서도 이들을 지렛대 삼아 자사 상품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끊임없이 순환돼 전해지는 진짜 '순환패션'의 가치를 손쉽게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09년 설립된 베스티에르의 경우 이미 80여개 국 23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탄탄하게 구축된 이 커뮤니티를 럭셔리 브랜드가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는 셈이다.


숙원 과제는 정품 인증…디지털 ID 확산이 관건

명품 업계가 순환경제 DNA를 품었지만, 이 가치를 널리 확산하려면 풀어야 할 공통된 숙원 과제가 있다. 정품 인증이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의 87%가 가짜 명품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각 브랜드와 플랫폼은 철저한 검수 인력과 시스템을 갖춰 불안을 덜어내고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ID(Identify)'를 활용해 해당 물건의 소유 여정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상품이 언제, 어디서,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 물건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멀버리는 영국의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이온(EON)과 손잡고 디지털 ID를 선보였다. 상품 라벨에 있는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거나 NFC 태그(스마트폰 NFC 기능을 켜고 폰을 라벨 가까이 가져가 인식하는 것)를 하면 제품의 생산부터 소유까지 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스템이다. 티에르 안드레타 멀버리 최고경영자는 지난 6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 패션 서밋에서 2025년까지 모든 제품에 디지털 ID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고 명품 판매 플랫폼인 베스티에르도 올해 초 국제민간회의인 세계경제포럼, 미국 의류기업 랄프로렌, 영국의 사물인터넷(IoT) 전문기업 에브리씽(Evrythng)과 디지털 ID 시범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중고 명품의 원활한 재판매와 선순환을 위해서는 디지털 ID 도입이 필수라는데는 공감대를 같이 하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발 빠르게 이를 도입한 멀버리는 브랜드 탄생지인 영국에서만 운영한다. 베스티에르 역시 시범사업 이후 디지털 ID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업 로드맵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는 뚜렷한 도입 계획이 없다 하더라도, 리셀 시장 확장세와 맞물려 한국을 디지털 ID 확산을 시험 무대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많은 한국 소비자가 디지털 기술 습득력이 뛰어나고, 새 기술을 실생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ID가 명품 리셀 시장의 판도를 또 한 번 뒤집는 게임체인저가 되려면 럭셔리 브랜드 단독 행보보다 각 기업, 브랜드가 모여 공통 표준을 만들고, 여러 기술 기업과도 협업하는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돼야 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출처 : 중앙일보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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